[컬처 딥다이브] 10년째 닫힌 한한령의 벽, 그런데 우리 안방엔 공산당 정책 선전 드라마가 나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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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콘텐츠는 10년째 굳게 닫힌 ‘한한령(限韓令)’의 장벽 앞에 가로막혀 불법 복제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안방극장에는 중국공산당 선전부가 직접 기획한 체제 선전물이 힐링 드라마의 탈을 쓰고 버젓이 송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방송사 OBS가 중국 CCTV 방영작이자 귀주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몽산 깊은 곳(원제: 乌蒙山深处)』을 정식 방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방송사 측은 이 작품을 ‘지역 살리기와 청년 귀촌이라는 따뜻한 울림을 전하는 힐링 드라마’로 포장하며 수려한 풍광과 한중 문화 교류의 상초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대중과 미디어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습니다. 단순히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한중 간의 불평등한 문화 유통 현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청년 창업과 귀촌, 로맨스라는 부드러운 껍데기를 한 겹만 벗겨내면, 이 작품의 본질이 중국공산당의 핵심 국가 정책과 치적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 기획된 전형적인 ‘주선율(主旋律) 드라마’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1. 청년 귀촌의 가면을 쓴 ‘시진핑 핵심 정책’의 시각화

『우몽산 깊은 곳』은 순수한 창작자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일반적인 상업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중국 중앙방송(CCTV)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 귀주성위원회 선전부(中共贵州省委宣传部)가 직접 공동 제작 및 지원에 나선 철저한 ‘관영 프로젝트’입니다.

중국에서 주선율(Main Melody)이란 당의 이념과 국가주의를 고취하는 문화예술 기조를 뜻합니다. 과거의 주선율이 전쟁 영웅을 찬양하는 촌스러운 프로파간다였다면, 최근에는 이처럼 로맨스와 청년 세대의 고뇌를 섞어 거부감을 없앤 세련된 소프트파워의 형태를 띱니다.

이 드라마의 뼈대는 시진핑 주석이 극빈층 구제(탈빈공견·脱贫攻坚) 선언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핵심 국가 전략, ‘향촌진흥(乡村振兴·농촌진흥)’입니다.

낙후된 절벽 마을에 젊고 엘리트인 촌간부들이 파견되어 스마트 팜을 구축하고, 1·2·3차 산업 융합을 이뤄내며 마을을 부유하게 만든다는 서사는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갑니다. 바로 “공산당의 위대한 영도 덕분에 농촌이 근대화되고 인민이 풍요로워졌다”는 당의 성과 홍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힐링 로맨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잘 포장된 타국의 정치 선전물을 시청하고 있는 셈입니다.

2. 한한령과 불법 스트리밍… 기괴하게 뒤틀린 ‘문화 비대칭’

국제 외교와 문화 교류를 지탱하는 제1의 대원칙은 철저한 ‘상호주의(Reciprocity)’입니다. 내가 문을 연 만큼 상대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중 문화 시장의 유통 구조는 기괴할 정도로 일방통행입니다.

📊 [한중 문화 유통의 기괴한 비대칭 구조]

구분한국 ➔ 중국 진출 (K-콘텐츠)중국 ➔ 한국 진출 (C-콘텐츠)
정책 기조10년째 지속 중인 굳건한 한한령(限韓令)개방적 수용 및 다채널 방영
방송 및 공연한국 연예인 대형 상업 공연 전면 금지, 지상파 정규 편성 불허국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 정규 편성 (안방극장 송출)
콘텐츠 소비 형태정식 수출길이 막힌 채 불법 스트리밍(도둑 시청) 만연정식 판권 계약을 통한 합법적 수출 및 수익 창출
작품의 성격정치색 없는 순수 상업·엔터테인먼트 콘텐츠마저 배제중국공산당 선전부 기획의 체제 홍보(주선율) 드라마 유입

우리 K-콘텐츠의 진입로는 사드(THAAD) 사태 이후 10년째 꽁꽁 묶어둔 채, 웹하드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도둑 시청’을 일삼고 있는 것이 중국 내 콘텐츠 소비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의 체제 선전과 소수민족 거주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산당이 기획한 관영 드라마는 대한민국 지상파 채널의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송출되는 이 기막힌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상대가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근 상태에서 우리만 선의로 문을 열어주는 것은 ‘문화적 포용’이 아니라, 문화 주권과 상호주의 원칙을 스스로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일방적 굴복에 가깝습니다.

3. 미디어 리터러시의 붕괴: 국내 방송사의 뼈아픈 책임

이러한 선전물이 국내 안방극장에 상륙하게 된 데에는 콘텐츠를 수입하고 편성한 국내 미디어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큽니다.

저렴한 판권료로 방송 시간을 채우려는 경제적 논리나, 특정 지자체(귀주성)와의 관광·문화 교류 협약이라는 얄팍한 단기적 성과에 눈이 멀어 콘텐츠 이면에 깔린 고도의 정치적 의도를 걸러내지 못한 것입니다. 미디어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과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철저히 붕괴한 참사입니다.

시청자들은 무비판적으로 송출되는 영상을 통해 은연중에 중국 체제의 정당성과 정책적 우수성을 수용하게 되는 ‘인지적 동화’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이는 단순한 드라마 편성의 실수를 넘어, 국가 간 여론 형성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는 행위입니다.

💡 결론: 상대의 빗장이 풀리지 않는다면, 진정한 교류도 없다

문화에는 국경이 없어야 한다는 이상론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예술과 콘텐츠는 이념을 넘어 인류를 연결하는 강력한 다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국가 간 교류에는 상호 존중과 동등한 수준의 시장 개방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중국이 진정으로 한국과의 진정성 있는 문화 교류와 관광 협력을 원한다면, 우리 안방극장에 당의 정책 선전 드라마를 끼워 넣기 전에 10년째 폭력적으로 닫아둔 한한령의 빗장부터 푸는 것이 상식적인 외교의 순서입니다.

우리 창작자들이 정당한 판권을 인정받지도,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국내 미디어가 견지해야 할 태도는 무비판적인 선전물 수용이 아닙니다. 상호주의가 붕괴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직시하고, 콘텐츠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냉철한 균형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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