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티커 AEP)를 매일 소액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큰돈을 한 번에 넣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사서 평균 단가를 맞춰 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 주가가 120달러 근처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점이던 140달러에서 15% 가까이 내려온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 주식을 계속 모아도 되는가”를 스스로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지금 주가가 적정 가치보다 비싸면 모으는 속도를 늦추고, 싸거나 적정하면 계속 모읍니다. 적정 가치는 보수적인 전통 공식 3가지와 성장을 반영하는 방법 3가지, 모두 6가지로 계산했습니다.
1. AEP는 어떤 회사인가
AEP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본사를 둔 규제 전력회사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송전망(약 4만 마일)을 운영하며, 11개 주에서 560만 고객에게 전기를 공급합니다. 1910년 7월 이후 한 분기도 빠짐없이 배당을 지급해 왔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규제 전력회사는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대신, 설비에 투자한 만큼 요금 기반(rate base)이 커지고 그에 비례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면서 AEP의 투자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회사는 2026~2030년 5년간 78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연 7~9%의 이익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2. 계산에 쓸 핵심 지표
| 항목 | 수치 |
|---|---|
| 현재 주가 | 약 119.6달러 (10월 초) |
| 52주 범위 | 112.5 ~ 140.6달러 |
| 최근 12개월 EPS | 5.83달러 |
| 2026년 영업 EPS 가이던스 | 6.25 ~ 6.55달러 (중간값 6.40달러) |
| 주당순자산(BVPS) | 약 59.6달러 |
| 자기자본이익률(ROE) | 약 10% |
| 연간 배당금 | 3.80달러 (분기 0.95달러) |
| 배당수익률 | 약 3.2% |
자료마다 주가와 주당순자산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데,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차이는 아닙니다.
3. 보수적인 전통 공식 3가지
먼저 가치투자에서 널리 쓰는 공식부터 적용해 보겠습니다. 이 공식들은 대체로 기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 이 정도 가치는 있다”는 하단선을 확인하는 데 유용합니다.
① 그레이엄 넘버: 약 88달러
벤저민 그레이엄이 방어적 투자자를 위해 만든 공식입니다. PER 15배와 PBR 1.5배를 곱한 22.5를 상한선으로 삼아, 이익과 장부가치를 함께 고려합니다.
- 공식: √(22.5 × EPS × BVPS)
- 계산: √(22.5 × 5.83 × 59.6) ≈ 88.4달러
다만 이 공식은 성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습니다. 연 7~9%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전력회사에 그대로 적용하면 가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② 고든 배당할인모형(DDM): 약 113달러
앞으로 받을 배당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모형입니다. 오랫동안 배당을 늘려 온 유틸리티 기업을 평가할 때 자주 씁니다.
- 공식: 적정 주가 = 내년 배당금(D₁) ÷ (요구수익률 r − 배당성장률 g)
- 가정: r = 7.5%, g = 4.0%
- 내년 배당금: 3.80 × 1.04 = 3.95달러
- 계산: 3.95 ÷ (0.075 − 0.040) ≈ 112.9달러
이 모형은 가정에 매우 민감합니다. 배당성장률을 4%에서 5%로 1%포인트만 올려도 적정 주가는 약 160달러로 뛰고, 요구수익률을 8%로 올리면 약 99달러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숫자 하나보다는 “현재 주가가 어떤 가정을 깔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③ 초과이익모형(S-RIM): 약 99달러
순자산에 앞으로 요구수익률을 넘어 벌어들일 초과이익을 더해 가치를 구하는 모형입니다.
- 공식: 적정 주가 = BVPS × (ROE ÷ 요구수익률)
- 가정: ROE 10%, 요구수익률 6%
- 계산: 59.6 × (0.10 ÷ 0.06) ≈ 99.3달러
이 공식도 지금의 ROE가 그대로 유지되고 순자산이 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매년 대규모 투자로 순자산을 키우는 AEP의 경우 실제 가치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보수적 공식 3가지의 결과는 88~113달러입니다. 현재 주가 119.6달러는 이보다 높습니다.
4. 성장을 반영한 방법 3가지
이번에는 회사가 제시한 성장 계획을 반영해 보겠습니다.
④ PER: 124~131달러
2026년 EPS 중간값 6.40달러 기준으로 현재 PER은 약 18.7배입니다. 2027년 EPS를 8% 성장한 6.91달러로 잡으면 약 17.3배가 됩니다. 올해 4월 중순 S&P 500 유틸리티 업종의 선행 PER이 18.2배였으니, 업종 평균 수준인 18~19배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 적용 PER | 적정 주가 (2027년 EPS 6.91달러 기준) | 현재가 대비 |
|---|---|---|
| 17배 | 117.5달러 | -1.7% |
| 18배 | 124.4달러 | +4.0% |
| 19배 | 131.3달러 | +9.8% |
| 20배 | 138.2달러 | +15.6% |
⑤ 기대수익률 역산: 연 9~12%
“지금 사면 1년에 몇 퍼센트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거꾸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 기대수익률 ≈ 배당수익률 + 이익 성장률
- 3.2% + 7~9% = 연 10~12%
배당 성장이 이익 성장보다 느리다고 보수적으로 잡아도(배당성장률 6%) 연 9% 정도가 나옵니다. 규제 유틸리티 주식에 기대하는 수익률이 보통 연 8~9%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성장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는 전제에서 약간 싼 편입니다.
⑥ 애널리스트 목표가: 약 139달러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가는 약 139달러이고, UBS도 9월 21일 139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애널리스트 목표가는 대체로 낙관적이어서 상단 참고치로만 봅니다.
성장을 반영한 방법 3가지의 결과는 124~139달러입니다. 현재 주가는 이보다 낮습니다.
5. 두 결과가 이렇게 다른 이유
6가지 결과를 한 표로 모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방법 | 적정 주가 |
|---|---|---|
| 보수적 공식 | 그레이엄 넘버 | 88달러 |
| S-RIM | 99달러 | |
| 배당할인모형 | 113달러 | |
| 현재 주가 | 약 120달러 | |
| 성장 반영 | PER 18~19배 | 124~131달러 |
| 기대수익률 역산 | 약간 저평가 | |
| 애널리스트 목표가 | 139달러 |
현재 주가가 두 그룹 사이에 정확히 끼어 있습니다. 이 차이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AEP가 연 7~9% 성장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가입니다.
보수적 공식은 성장이 거의 없거나 연 4% 수준이라고 가정합니다. 그 가정이 맞다면 지금 주가는 다소 비쌉니다. 반대로 회사 계획대로 성장한다면 지금 주가는 적정가보다 8% 정도 낮습니다. 시장은 지금 그 중간 어딘가, 즉 “성장할 것 같긴 한데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가격을 매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그래서 계속 모을 것인가
제 결론은 계속 모은다입니다. 다만 아무 기준 없이 모으지 않고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왜 계속 모으는가. 매일 모으기는 저점을 맞히려는 전략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평균 단가를 시장 평균에 가깝게 맞추는 전략입니다. 지금처럼 가치 판단이 엇갈리는 구간이야말로 한 번에 크게 사기보다 나눠서 사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성장이 실현되면 지금 모은 물량이 이익이 되고, 성장이 더디더라도 3%대 배당이 기다리는 동안의 손실을 어느 정도 메워 줍니다.
제가 정한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 가격대별로 속도를 조절합니다. 115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매일 매수 금액을 늘리고, 135달러를 넘으면 금액을 줄이거나 잠시 멈춥니다. 115달러는 배당할인모형 결과와 가깝고, 135달러는 성장 반영 적정가의 상단에 해당합니다.
- 3분기 실적을 확인합니다. 10월 하순 발표 예정인 3분기 실적에서 연간 가이던스가 낮아지거나 대규모 증자 계획이 나오면, 성장 가정 자체를 다시 점검하고 모으기를 일시 중단합니다.
- 비중 상한을 둡니다. 아무리 안정적인 종목이라도 한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정 비중을 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7. 그래도 확인해야 할 위험 요인
- 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5년간 780억 달러 투자를 부채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주 발행이 늘면 회사 이익이 늘어도 주당이익 성장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 전기요금에 대한 정치적 반발: 데이터센터 때문에 가정용 요금이 오른다는 여론이 커지면 규제 당국이 요금 인상을 깎을 수 있습니다.
- 금리: 국채 금리가 오르면 배당주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유틸리티 주식에 유리합니다.
- 데이터센터 수요의 실현 여부: 계약된 전력 수요가 계획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성장 전망 자체가 흔들립니다.
마치며
AEP는 보수적으로 보면 약간 비싸고, 성장을 믿으면 약간 싼 주식입니다. 이런 주식은 한 번에 크게 베팅하기보다 시간을 나눠 꾸준히 모으는 방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해 둔 가격대 원칙을 지키면서 매일 모으기를 이어 가고,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이 글을 다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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